[양평콕콕!] 역사 속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곳, '화서 이항로 선생 생가기념관'
경기도 양평에는 여러 박물관과 기념관들이 있는데요,
조선 말기 성리학자로 이름난 화서 이항로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도 양평 서종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화서 기념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바위가 있습니다.
'제월대'라는 글씨가 암각된 바위인데요. 이항로 선생이 말년에 전서체로 새긴 글씨라고 합니다.
항로 선생의 글씨를 직접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산으로
원래는 근처 노산사지(사당 터)에 있던 것을 훼손 우려가 있어 기념관 안으로 들였다고 합니다.
옛 선비들은 자연물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다고 합니다.
이항로 선생의 제자인 최익현 선생의 암각문도 사진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층의 기념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항로 선생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필 수 있게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벽에 걸린 천문도가 눈에 띄는데요 이항로 선생이 직접 사용했던 천문도로
고구려 때부터 전해져 내려왔다고 알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모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선생의 장자인 괴원공이 그리고, 이항로 선생이 감수했다고 하니 귀한 자료입니다.
성리학 하면 과학적 사고와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성리학자들도 하늘의 운행에도 매우 관심이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는 글이 유학자로서의 이항로 선생의 삶을 짐작게 합니다.
이항로 선생은 관직에 나아갔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한 조선 후기 관직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하여 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간 사람입니다.
그의 학덕이 높아지자 사방에서 그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몰려왔고
하나의 학파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호를 딴 화서학파입니다.
화서학파는 국사책에서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인데요
조선 후기 위정척사운동을 펼쳤던 중심인물들이 이 학파 출신이었단 걸 기억하실 겁니다.
단발령 시행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머리는 자를 수 있으나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는 명언으로 기억되는
최익현 선생도 이항로 선생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성리학이 융성했던 시기에 태어나 중국의 몰락과 서양문물의 유입으로 성리학의 위세가 약해지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던 성리학자 이항로 선생은 척사양이의 세계관을 끝까지 고집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세계정세를 읽지 못한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과
그의 우국 정신이 독립운동과 민족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는 입장 등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화서 이항로 선생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후세인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념관 옆에는 이항로 선생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생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200년 전 이항로 선생의 아버지가 세운 집으로,
이항로 선생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을 뿐 아니라 많은 후학들을 키워냈습니다.
가옥의 구조는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가옥의 형태이며, 광복 이후 이항로 선생의 자료를 참고하여
사랑채와 안채를 복원했다고 합니다.
전체 가옥은 'ㄱ'자형의 안채와 'ㄷ'자형의 사랑채 2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만 안마당에서 서서 당시의 제자들로 북적였을 집안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집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벽계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에 위치한 가옥은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집 뒤쪽에서 집 전체를 조망해보면
맞배지붕의 기와가 산줄기와 잘 어우러지는 집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가 옆에는 벽계 강당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항로 선생 생전에 있던 건물이 아니라 이항로 선생이 구상했던 건물을 후손들이 힘을 모아 축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에 이 건물이 있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란 생각이 듭니다.
위정척사 운동의 중심인물인 이항로 선생이 비록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의 애민정신과 개혁적인 경제 사상은 많은 유생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항로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북한강 줄기인 벽계천이 흐르고 있어
여름에 가면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역사 공부도 하고, 가족끼리 나들이하기도 좋은 이항로 선생 기념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