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콕콕!] 동학 포교의 살아있는 역사, 상주 동학교당
경북 상주시 은척면 우기리에는 상주 동학교당이 위치해 있습니다.
동학의 발상지 경주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정읍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상주가 1900년대 초반 동학 포교의 중심지였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학은 1860년 최제우가 창시한 것으로 사회질서의 모순이 팽배하였던 조선 후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을 주장하며, 양반과 양민이 다르지 않다는 인간 존엄을 중심사상으로 내세운 종교입니다.
서학에 대응한 동양의 유불선 삼도가 합쳐진 우리 전통의 민족종교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당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시기라 경주에서 시작한 동학은 금세 전라도와 충청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1대 교주 최제우 이후, 2대 교주 최시형 때는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이 되며 신앙에서 사회변혁운동의 이념으로 더 잘 알려졌고,
3대 손병희 때 천도교로 개칭되면서 본격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상주 동학 교당은 1900년대 초반 3대 교주 손병희 때, 30개의 분파로 갈라진 동학 교당 중 하나입니다.
손병희가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사상을 중심으로 천도교로 개칭할 당시 동학의 남접과 북접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김청림이 상주에서 경천교로 분립하였던 것이 상주 동학 교당의 전신이며,
김청림 이 후 정득우가 교도들을 군대화하려던 것에 반대하여, 김주희가 상주 은척면에
포교 중심의 동학 교당을 세운 것이 상주 동학 교당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교당의 가옥구조는 '口' 자형으로 동, 서, 남, 북으로 건물이 사방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남녀 교도가 건물을 분리해 사용하였고, 행랑채를 통해 교당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 좌측은 사랑채로 접주실로 사용하였고, 우측은 안 사랑채로 교도들이 사용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중심 건물인 북재는 원채로 성화실(기도실)이 있는 곳입니다.
건물 중앙에 동학의 세 가지 기본 덕목인 성경신(정성, 공경, 믿음)이라는 글자가 현판으로 걸려있습니다.
꾸며져 있지 않은 멋이 살아있는 교당의 정원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 쪽 구석에 곳간이 위치해 있고,
안채에는 현재에도 동학 교당을 세운 김주희 선생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김주희 선생의 며느리인 박아기 할머니는 90세의 나이로 생존해 계시는데 상주 동학 교당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 유일한 기와집인 천황각이 눈에 띕니다.
천황각을 제외한 동학 교당은 대부분 초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헌집들을 헐어서 다시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상주 동학 교당이 여전히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 보관된 유물 때문이라고 합니다.
1900년대 당시 김주희는 이곳에 은거하면서 포교활동에 집중했는데,
그때 당시 경전과 한글 가사문학 형식의 가사를 배포했다고 합니다.
경전을 인쇄한 목판이나 동학의 사상이 담긴 가사문학 등
동학 포교와 관련한 유물이 289종 1400여 점이나 남아서 이곳 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일제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항아리에 숨기고 광에 숨기면서 지켜왔던 유물들이니 매우 귀한 기록물들입니다.
동학 교당은 너른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한적하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동학 교당을 세운 김주희 선생의 후손들이 교당을 운영하고 있어 애정을 가지고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아서 유물전시관의 정확한 개장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그 당시 교당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동학 교당의 이모저모를 잘 알 수 있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그 시절의 동학 교당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주 동학 교당의 유물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해 현재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을 것 같습니다.
다만, 유물전시관은 관리하는 사람의 유무에 따라서 대중없이 개방한다고 하니
방문하시기 전에 동학 교당에 문의하면 헛걸음하는 일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와 함께 한 민족종교인 동학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상주 동학 교당에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