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콕콕!] 200년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간직한 하남 '구산성지'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미사 강변 신도시가 들어선 중심에 천주교 구산성지가 자리해있습니다.
2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성지는 한때 신도시 건설로 그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뻔했으나
다행히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납작한 기와를 촘촘히 쌓은 가마 형태의 정문은 '은총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양의 문이라 입장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간답니다.
안에 들어서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내 푯말이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넓은 부지에 자리한 구산성지는 성지 마당을 중심으로 둥글게 성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입구 오른편에는 성인 묘역과 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가마터 앞으로는 십자가의 길이 위치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둘러봐도 상관없지만 오른쪽 길로 가는 것이 다양한 지점들을 빨리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자비의 문을 들어서면 묵주기도의 길이 펼쳐집니다.
성지의 전반적인 설명과 구산성지에서 박해를 받은 성인들의 소개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천주교 성인 103위 중 한분인 김성우 안토니오의 고향으로 성인이 천주교에 입교한 후,
친척과 마을 사람들을 입교시켜 이곳 마을이 신앙공동체로 형성되었습니다.
성지의 이름은 성지가 위치한 뒷산의 모양이 거북이 모양의 산이라 구산이라는 이름을 땄다고 전해집니다.
김성우 안토니오는 1839년 기해박해 때 형조에 잡혀갔으나 가까스로 풀려났다가 1841년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곳에는 당시 박해받았던 성인들을 위해 세워진 10기의 현양탑이 있는데요,
김성우 안토니오와 8인의 성인들을 위한 현양탑 9기와 순례자를 위한 현양탑 1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순례자를 생각하는 성지의 마음에 왠지 울컥해지기도 하는 길입니다.
모든 성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이 나오고, 그 길의 중심에 성당의 입구가 위치해있습니다.
정문인 은총문처럼 납작한 기와를 쌓아서 만든 듯한 외곽이 인상적인 인당기념 성당은
한국적인 미를 담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절과 비슷하게 이곳에서도 기와를 봉헌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정문의 기와도 봉헌할 수 있어 순례자들의 손길로 그 모습을 유지해나가는 성지입니다.
옛 김성우 안토니오가 마을 사람들과 미사를 드렸던 모습 그대로 의자 없이 마루로 당내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당 특유의 경건함은 그대로인데,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기도를 하니 독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당 복도에서는 김성우 안토니오의 초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길 끝에는 김성우 안토니오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은 배교를 권하는 관리에게
"나는 천주교인이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라는 말로 자신을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묵주기도의 길은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 뜰을 거쳐
성지 마당으로 들어설 때쯤 끝나도록 조성되어 있습니다.
성지 마당에는 야외 제대가 설치되어 있고, 야외 미사가 이곳에서 집전된다고 합니다.
한 바퀴를 돌면 입구 왼편에 있었던 초를 봉헌할 수 있는 곳과 다양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성지 사무소가 나옵니다.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진 묵주를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성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니 방문 기념으로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성물은 무인판매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적혀있고, 그 금액만큼을 계산대에 두고 가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구산성지는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한번쯤은 가볼 만한 성지입니다.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좋고, 주차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날씨 좋은 날 아이들에게 천주교의 역사를 가르쳐주기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구산성지에는 매우 아름다운 성모상이 있어 예술적인 감수성도 채울 수 있습니다.
성지이기 때문에 큰소리를 내거나 뛰어놀 수는 없지만
성지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아이들과 함께 느끼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