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콕콕!] 평균 수령 200년의 느티나무길이 아름다운 해미향교
충남 서산시 오학리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에 등록된 해미향교가 있습니다.
향교는 예전에 나라에서 운영한 지방교육기관으로 지금은 공적인 교육기능은 대부분 사라지고
선현들을 배향하는 역할만을 하는 곳이 많은데요,
해미향교 역시 체험활동적 교육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배향공간의 역할에 충실한 듯 보입니다.
해미향교가 다른 향교보다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향교로 들어서는 길이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평균수령 200년이 넘는 느티나무 10여 그루가 향교가는 길을 지키고 있어 향교의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해미향교는 1400년대(태종)에 세워져 600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건물은 중간중간 개, 보수 되었지만 향교 앞 느티나무처럼 세월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전형적인 향교의 배치방식인 전학후묘(강학공간이 앞에, 배향공간이 뒤에 있는)형태로 되어 있으며,
홍살문을 지나 향교에 들어서면 외삼문 없이 바로 명륜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홍살문과 명륜당 사이에 바깥마당이 있어 당시의 학생들에게는 운동장의 역할을 했을 듯합니다.
명륜당 뒤로는 학생들의 기숙공간이었던 동재와 서재가 잘 보수되어 있고,
전형적인 향교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공간이 아기자기한 편이라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외삼문은 없지만 대성전 앞에는 내삼문이 있습니다.
내삼문은 솟을대문 형식은 아니지만 8단 계단을 올라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성전은 내삼문을 둘러싼 담장 안에 위치해 있는데요,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맞배지붕의 형태로 건축되어 있습니다.
맞배지붕은 기와집의 가장 간단한 지붕형태로 측면의 형태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대성전의 측면이 나무판으로 되어 있는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맞배지붕의 측면부의 이 부분을 '풍판'이라고 부릅니다.
풍판은 측면을 비와 바람으로 보호하는 외부 마감재라고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향교나 서원같은 옛 건물에 방문할 일이 있을 때에는 과거의 건축양식에 대한 사전지식을 챙긴다면
더욱 풍부하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해미향교의 규모는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건물 주변의 마당공간이 넉넉하여 답답한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명륜당은 2011년에 화재로 전소되어 최근에 다시 지어진 건물이지만 주변 건물과 위화감이 있지는 않습니다.
예전모습을 잘 복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미향교는 해미읍성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걷기코스로 해미읍성과 함께 방문하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향교주변의 오래된 가로수길 때문에 다른 어떤 곳보다 신비롭습니다.
옛 선비들도 하마비가 있는 이곳에서 말을 내려 가로수길을 걸어들어갔겠죠?
향교 초입 절구집 마당에 돌탑이 세워져있어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한껏 돋웁니다.
우람한 거목들이 세월을 견뎌낸 곳을 걸을 때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가로수길이 그다지 긴 편은 아니지만, 수백 년 된 10여 그루의 나무 아래를 걸어갈 때면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해미읍성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해미향교에서 기나긴 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